낚시 크루 동생들과 함께 어초낚시 위주의 생미끼 다잡아 선상낚시를 다녀왔습니다. 지난주 기상악화로 취소되어 한 주 뒤로 연기된 출조입니다. 3명이 배를 타야 되는데 자리가 부족한 관계로 지난주와 배가 바뀌었습니다.
생미끼 어초 / 웜다운샷 낚시 조행기
물때와 날씨
오늘의 물때는 무시이며 만조는 9시 12분, 간조는 15시 33분 입니다. 들물의 고저차는 +186에 -187로 유속이 매우 약한 물때입니다. 날씨는 바람이 좀 불고 맑은 날씨였습니다. 바다의 상황은 위도까지는 얌전해 보였으나 왕등도로 넘어가면서 너울이 좀 있었고 바람또한 센 편이었습니다. 출조 전에 며칠 또 바람이 불어서 물색이 걱정 되었으나 왕등도 인근의 물색은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사용 장비
메인 로드는 시마노 24 오시아지거lj B63, 3파워 로드를 사용하였고, 서브 로드는 주케이커스텀 배틀코어를 준비했습니다. 시마노 24 오시아지거lj B63 로드 테스트를 위해 베이트릴은 코바4 레인보우 5점대 기어비 2개를 준비했습니다. 한개는 원줄을 생미끼 용으로 요쯔아미 슈퍼지그맨 2호 합사를, 다른 한 개는 웜다운샷 용으로 요쯔아미 지소울 업그레이드 1.2호 합사를 준비 했습니다.
오전 낚시
4시 50분쯤 출조점에 들러 승선 명부를 작성하는데 우리 일행이 꼴찌였습니다. 다들 어찌나 부지런하신지…자리 배정 방식은 추첨이기는 하나 명부를 가장 늦게 적었으니 운에 맡기고 큰 기대 없이 배에 올랐는데 자리를 10,11,12번을 배정 받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선미 쪽을 배정 받았습니다. 선수나 선미가 좋은 이유는 낚시 반경이 넓어 채비를 운용하는데 자유도가 조금 더 있고 다른 조사님들과 라인 트러블이 생길 일이 적어서 입니다. 또한 선미 쪽은 생미끼 어초 낚시에서는 대표적인 명당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어초 낚시에서 선미가 선진입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미 쪽은 공간이 넓어서 아이스박스나 로드케이스 등의 짐을 놓기에도 좋고 설치된 테이블 등을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5시 30분 항구를 출항한 배는 7시가 거의 다 되어 하왕등도 인근 어초 단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어초 낚시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대부분 3~4m 어초였습니다. 자잘한 우럭 들과 가끔씩 개우럭이 섞여 나왔습니다. 필자도 시작은 자잘한 우럭이었고 매운탕꺼리 우럭 몇 마리를 잡고 나서 운 좋게 45cm 정도 되는 우럭도 한 마리 낚아 내었습니다. 오늘은 아들에게 우럭회를 배불리 먹게 해주겠다며 호언장담을 하고 나왔는데 출발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 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어초가 닿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어초에 배를 댈 때 높은 비율로 선미가 선진입이고 좌,우나 선수는 비중이 낮은 편인데 이 배는 특이하게도 좌현과 우현 번갈아가며 시종일관 옆으로만 배를 흘리더군요. 어초의 크기는 한정적이고(대체로 배의 길이보다 작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배의 중간 부위는 항상 어초를 지나는 것 같은데 선미 쪽은 거의 닿지 않았습니다.
선장님이 방송해 주시는 어초 높이 대로 맞추고 낚시를 계속 진행했으나 입질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일부러 높이를 맞추지 않고 걸리면 끊어낼 생각으로 한,두 바퀴만 감고 가봤는데 밑걸림 없이 지나 갔습니다. 바닥은 계속 뻘만 찍히는 것이(어초는 뻘 위에 설치 합니다) 어쩌다 한번씩 스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어초를 닿지 않고 지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뒷편에 있는 동생에게 물어보아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낚시 초반에는 뒤로 내려 붙여서 닿았던 것 같고, 어느 순간부터는 계속 앞으로 올려 붙였던 것 같습니다.
의욕은 점차 떨어져 가고 있던 중 배 전체 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결국 왕등도 인근 여밭 낚시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이대로 어초 낚시만 하다가 돌아갔다가는 아들의 횟감이 넉넉치 않을거 같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이동 중에 오시아지거lj 로드에 장착되어 있던 릴과 채비를 웜 다운샷 용으로 교체를 하고 여밭에서 웜 다운샷 낚시로 광어를 공략했습니다. 포인트는 어초가 아닌 여밭이고 필자의 자리는 배에서 가장 뒤고 바로 옆은 같이 낚시를 온 동생이고, 필자의 뒷편 선미도 같이 낚시를 온 동생이기에 부담없이 웜다운샷 낚시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줄걸림이 생기지 않게 신경을 바짝 세우고 각 또한 크게 잡아 운용하였습니다. 줄걸림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여기저기 우럭이 연신 올라오는데 씨알은 고만고만하고 다음 공략 여밭 포인트 부터는 준수한 우럭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필자도 물색과 비슷한 트리거엑스 5인치 워터멜론 컬러 웜으로 우럭을 여러마리 뽑아내었습니다. 그러다 상왕등도 서쪽 여밭을 공략할 때에는 물색이 좀 더 탁하여 트리거엑스 uv핑크웜으로 교체하였는데 짧은 시간에 광어를 두 마리를 낚아내었습니다. 처음에 잡은 광어는 4짜 턱걸이였고, 두번째 잡은 광어는 5짜 후반쯤 되는 광어를 낚았습니다. 일단 5짜 후반 한 마리로 횟감은 충분해졌으니 세 마리가 되면 동생들도 한 마리씩 줄수있겠다 싶어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더 여밭에서 낚시를 했으면 했는데 즐거운 시간도 잠시였습니다. 선장님이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어초단지로 돌아가자고 하십니다.
오후 낚시
다시 하왕등도 인근 어초단지에서 낚시를 시작합니다. 어초에서는 서브 로드로 챙겨온 주케이커스텀 배틀코어 로드에 2호 합사가 감긴 코바4 베이트릴을 장착하고 외수질 채비로 들이대봅니다. 여전히 배는 시종일관 옆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선미 쪽은 여전히 어초에 닿지 않습니다. 바닥에 붙여서 가봐도 뻘만 찍힙니다. 새만금 방조제 사이즈의 우럭은 정말 많이 잡았습니다. 올리자 마자 바늘빼며 바로 방생해준게 대체 몇마리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씨알이 아쉬운지 좀 더 높은 어초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십니다. 주로 5~7미터의 어초단지 였습니다. 이곳은 한번씩 어초가 닿기는 하는데 문제는 선진입 할 때에는 내리자마자 바로 밑걸림이 발생합니다. 재빨리 로드를 들고 릴을 빠르게 감아서 벗어나보고자 용을 써봐도 바로 밑걸림이 발생을 합니다. 좀 쉬었다 내려도 무시라 물이 잘 가지않으니 여전히 내리자마자 또 바로 밑걸림이 생기고 좀 더 쉬었다 내리면 아예 입질도 없고 후진입을 노려보자면 다른 어초로 이동을 해버리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낚시 종료시간까지 잔씨알의 우럭들과 혈투를 벌여야 했습니다. 매운탕 거리 우럭들은 그래도 4짜 턱걸이라도 광어를 스스로 잡아낸 동생에게 주고 광어를 못잡은 동생에게 광어 한 마리를 주었습니다. 집에가서 회를 뜰 생각이었기에 횟감만 남겼습니다. 5짜 오버 광어 한마리와 4짜 우럭 한마리, 30중반 사이즈 우럭 2마리 이렇게 총 네마리만 챙겨왔습니다.
에피소드
항구로 복귀 도중 결국 일이 생겼습니다. 낚시하는 내내 운전을 어찌나 박력있게 하시더라니…배의 엔진에 문제가 생겼는지 속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엔진이 과열이라도 된 것인지 느리게 입항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속보 정도의 속도랄까요? 집에가서 저녁시간 전에 회를 뜨려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3시 20분이면 항구에 입항 했어야하는데 4시가 훌쩍 넘어 입항을 했습니다. 이러면 어느 세월에 집에가서 회를 뜰까라는 생각에 격포항에서 아예 포를 떠서 가기로 합니다.
격포항, 낚시로 잡은 물고기 회 떠주는 곳
저번에는 스스로 회를 뜨지 못하는 동생이 어촌계 시장 쪽에서 회를 떴는데 kg당 4천원이었습니다. 낚시인 들이 몰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이번에는 블로그나 카페 등에 많이 알려진 수산시장 외곽의 업체로 갔는데 주말은 안 되고 수산시장 건물 안쪽 업체들이 포를 떠준다 하여 다시 그 쪽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게마다 비용이 제 각각인가 봅니다. 한 동생은 kg당 5천원에 포를 떠왔는데, 다른 동생과 필자는 kg당 6천원을 받았습니다.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비응항과 비교해 불편한 부분입니다. 쭈뼛쭈뼛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혹시 낚시로 잡은 물고기 회 떠주시나요?”하고 물어보기도 민망한 항구 분위기인데 비용까지 제 각각이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저번에 어촌계 시장에서 포를 떳을 때와 비교해보면 퀄리티가 어땠냐고 동생에게 물어보니 비슷하답니다. 비슷한 퀄리티면 주말에는 어촌계 쪽에서 포를 뜨는게 낫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다 낚시의 또 다른 맛, 먹는 맛
집에 도착하자마자 떠온 포를 얼음물에 ‘아라이’를 해주고 바로 해동지로 물기를 제거해 줬습니다. ‘아라이’를 하는 이유는 먼저 아이가 먹을 것이라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먹이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포를 뜨던 작업대의 위생 상태나 환경, 작업자의 위생 관념을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해동지를 갈아가며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서둘러 회를 썰어 식구들을 먼저 먹게 해주고 필자는 부랴부랴 로드와 릴을 세척하고 건조해주고 태클박스 정리까지 끝내고 나서야 남은 회에 술 한잔 기울여 봅니다. 역시 겨울 자연산 광어는 육질이 찰지고 최고입니다. 우럭을 가장 좋아하는 아들도 오늘은 우럭보다 광어에 자꾸 젓가락이 가더군요. 회 한 점과 술 한 잔으로 고단하고 아쉬웠던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낚시는 언제나 아쉬움이 있고 그런 아쉬움으로 또 나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